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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매

경매 권리분석, 무엇을 보는가

입찰가를 적기 전에, 이 물건에 무엇이 따라오는지부터 봅니다.

경매에서 손해를 본 사람들의 사연은 대개 비슷합니다. 값이 비싸서가 아니라, 따라오는 것을 못 보고 값을 매겨서입니다.

역삼동의 한 빌라유치권이 있는지, 있다면 얼마짜리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되었습니다.
압구정동의 아파트선순위 가등기가 지워지는 것인지 따져보지 않고 소유권을 취득했다가, 그 소유권이 말소될 위기에 놓였습니다.
미아동의 아파트임차권 분석을 잘못해 임차보증금 1억 5천만 원을 떠안게 되었습니다.

세 경우 모두 등기부는 누구나 볼 수 있었습니다. 문제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를 몰랐다는 데 있습니다.

권리를 둘로 나누는 데서 시작합니다

복잡해 보이는 등기부도 물음 하나로 정리됩니다. "이 권리는 돈을 받으려는 것인가, 아닌가."

돈을 받으려는 권리 — 근저당권, 담보가등기, 가압류, 압류, 경매개시결정 같은 것들입니다. 목적이 돈이므로, 매각대금에서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고 사라지는 것이 원칙입니다.

돈이 목적이 아닌 권리 — 지상권, 지역권, 소유권을 다투는 가처분, 유치권 같은 것들입니다. 배당으로는 만족되지 않으니 남을 수 있습니다.

전세권이나 임차권처럼 권리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바뀌는 것도 있습니다. 배당을 요구하면 돈을 받고 사라지지만, 요구하지 않으면 남습니다. 여기서 갈리는 물건이 많습니다.

기준선을 찾습니다 — 말소기준등기

돈을 받으려는 권리 중 등기부에 적힌 것들 가운데 가장 앞선 하나가 기준선이 됩니다. 이것을 말소기준등기라고 합니다.

흔히 "말소기준권리"라고도 부르지만, 이 글에서는 말소기준등기로 씁니다. '권리'라고 하면 등기되지 않은 권리까지 끌어들여 계산을 그르치기 쉽기 때문입니다.

기준선이 되는 것 — 근저당권 · 담보가등기 · 가압류 · 압류 · 강제경매개시결정 · 임의경매개시결정. 여기에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을 요구한 전세권, 소비대차로 권리신고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가등기도 포함됩니다. 이들 중 순위가 가장 앞선 하나가 기준선입니다.

지워지는 것과 남는 것

지워집니다

기준선보다 뒤에 온 권리는 매각과 함께 정리됩니다.

남습니다 — 낙찰자가 떠안습니다

기준선보다 앞선 지상권·지역권·가처분·가등기 등은 그대로 따라옵니다.

다만 예외가 있습니다. 건물을 철거하라는 청구권을 지키기 위한 가처분은 기준선보다 뒤에 있어도 인수됩니다. 순서만 보고 안심하면 안 되는 대목입니다.

등기부에 적히지 않는 위험

더 조심할 것은 등기부를 아무리 봐도 나오지 않는 것들입니다.

유치권이 대표적입니다. 등기할 수 없는 권리라 서류에 흔적이 없습니다. 기준선이 근저당·가압류·압류인 경우에는 유치권이 나중에 생겼더라도 낙찰자가 떠안게 되어, 공사대금 같은 그 채권을 책임지지 않고서는 물건을 넘겨받을 수 없습니다. 다만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된 뒤에 성립한 유치권이라면 낙찰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.

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의 주인이 갈라질 때 문제가 됩니다. 땅만 낙찰받았는데 그 위 건물이 버틸 권리를 가지면, 땅을 쓰지 못한 채 세월만 갑니다. 공사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에 따라 성립 여부가 갈리므로 건축물대장의 허가·착공 일자와 실제 공사 정도를 함께 봐야 합니다.

분묘기지권은 남의 땅에 있는 무덤을 지킬 수 있는 권리입니다. 등기 없이 성립하고, 세 갈래로 생깁니다. 땅 주인의 승낙을 받아 설치한 경우, 승낙이 없었더라도 20년간 평온하고 공공연하게 그 자리를 점유한 경우, 그리고 자기 땅에 무덤을 두었다가 철거하기로 하는 약정 없이 땅을 넘긴 경우입니다. 마지막 경우에는 땅을 판 사람이 무덤을 위해 그 땅을 쓸 권리를 갖게 됩니다.

경매에서 발목을 잡는 것은 뒤의 두 가지입니다. 임야나 전답을 낙찰받았는데 무덤이 있다면 그 자리를 쓰지 못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. 성묘를 위한 진입로까지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, 땅 전체의 쓰임이 달라집니다.

다만 조건이 있습니다. 무덤이 겉으로 드러나 있어야 합니다. 봉분처럼 밖에서 보아 분묘가 있음을 알 수 있는 형태여야 하고, 평장이나 암장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인정되지 않습니다. 그래서 임야 물건은 반드시 현장을 밟아야 합니다 — 위성사진으로는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.

다만 언제 만들어진 무덤인지가 갈림길입니다. 「장사 등에 관한 법률」이 시행된 2001년 1월 13일 뒤에 땅 주인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라면, 그 연고자는 땅 주인에게 토지사용권이나 분묘를 지킬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(같은 법 제27조 제3항). 아무리 오래 두어도 시효취득을 내세울 수 없다는 뜻입니다. 반대로 그 이전에 설치된 분묘라면 시효취득이 여전히 인정됩니다 — 대법원도 오랜 관습으로 이어져 온 법적 규범임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(2017. 1. 19.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).

공통점이 있습니다. 주장한다고 다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. 그러나 성립 여부를 다투려면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. 그 비용까지가 입찰가에 들어가야 합니다.

임차인 — 가장 자주 다치는 자리

주거용 물건에서 손해가 나는 곳은 대개 여기입니다.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.

무엇언제 생기나
대항력
낙찰자에게 버틸 힘
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치면 그 다음날 0시부터 생깁니다. 상가는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입니다.
우선변제권
배당에서 먼저 받을 힘
위 요건에 확정일자를 더하고,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해야 합니다.

핵심은 이것입니다. 임차인의 대항력이 말소기준등기보다 앞서면 낙찰자가 보증금을 떠안습니다. 뒤에 생겼다면 대항하지 못합니다. 하루 차이로 갈리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— 전입신고의 효력은 그 다음날 0시부터이기 때문입니다.

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가 출발점이지만 그 서류가 늘 완전하지는 않습니다. 적혀 있지 않은 점유자가 있을 수 있으니 전입세대 열람으로 확인합니다.

서류 다음에는 현장입니다

낙찰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

대금을 내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야 하고, 점유자가 비워주지 않으면 인도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. 대금을 낸 뒤 6개월 안에는 법원에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어 소송보다 간이하지만, 점유자가 낙찰자에게 대항할 권원을 가진 경우에는 그 길이 막혀 소송으로 가야 합니다. 앞서 본 선순위 권리들이 여기서 다시 발목을 잡습니다.

입찰 전에 더해야 할 것 — 낙찰가 + 인수하는 권리 + 체납 관리비 + 수리비 + 인도에 드는 시간과 비용 + 취득 관련 세금. 이 합이 시세보다 낮아야 남는 거래입니다.

혼자 판단하기 어려울 때

권리관계가 단순한 물건은 스스로 분석해 입찰하셔도 됩니다. 다만 기준선보다 앞선 권리가 보이거나, 유치권이 신고돼 있거나, 점유자가 여럿이거나, 등기부와 현황이 어긋나는 물건은 한 번 짚어보고 들어가는 편이 낫습니다. 입찰은 되돌릴 수 없고, 보증금이 걸려 있습니다.

권리분석 상담

사건번호를 주시면 등기부와 매각서류를 놓고 무엇이 인수되고 무엇이 지워지는지, 입찰가에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 말씀드립니다. 매수신청대리도 함께 맡을 수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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